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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은행 대출

아버지가 교통사고 후 수술을 하게 되면서 급하게 돈이 필요해진 B씨. 은행을 찾았지만, 기존에 받은 대출 때문에 더이상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를 찾았고, 연 30% 이상의 고금리를 감수하는 조건으로 1천만원을 빌렸다.

매년 300만원이 넘는 돈을 꼬박꼬박 이자를 내던 B씨, 한숨이 점점 늘어갔는데…. 어느날 신문에서 ‘P2P 대출’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대부업체보다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에 한 P2P 업체를 찾은 B씨. 거기서 대출심사를 신청한 결과 대부업체보다 낮은 금리 8~10% 수준으로 대출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B씨는 바로 이 업체에서 대출받은 뒤 기존 대출금을 상환했다. 이자 부담을 많이 덜게 됐다.

TV나 신문을 통해 ‘P2P 대출’(PeertoPeer Lending)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P2P 대출은 2005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대출 서비스다. 은행 대출처럼 ‘돈을 빌려준다’는 목표는 같지만, 빌려주는 과정은 은행과 다르다.

은행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P2P 대출

P2P 대출은 일종의 크라우드펀딩이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끼리 자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다. 웹사이트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활용해 대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소셜론’(Social loan)으로 불리기도 한다.

P2P 대출은 대출신청인이 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등의 플랫폼에 대출을 신청하면, 다수의 투자자가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정해진 기간 동안 이자를 얻는다. 은행에서 이뤄지는 대출 서비스는 불특정 고객이 은행에 예금한 금액을 통해 이뤄진다. 은행은 이 금액을 기반으로 대출을 원하는 고객에게 일정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 은행은 예금자와 대출자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맡는다.

대부업체와 달리, P2P 대출은 돈을 가진 사람이 직접 자신이 돈을 빌려줄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에게 얼마를 빌려줄 것인지 금액을 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P2P 대출업체는 은행처럼 신용 정보를 투자자에게 공개해 투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상환일이 되면 일정 이자를 포함한 원금을 투자자에 돌려준다.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P2P 대출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해당 업체가 대부중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만약 P2P 대출 중개업체가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하게 되면 대부업법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게 된다.

그러나 현행 대부업법에서는 P2P 대출 중개업체가 미등록 대부업자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추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채무자가 대출금 상환을 고의적으로 거부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P2P 대출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영업 중이거나 준비 중인 P2P 업체는 적게 쳐도 30곳, 많게는 60곳에 이른다.

기존 금융권 대출 개념도 & P2P 대출 개념도 <출처: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외국은 차근차근 제도 마련 중

P2P 대출은 지역적으로 유럽과 미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2년 기준 전체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P2P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뤄지는 P2P 대출업체를 보면 금리 면에서는 아직까지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에 비해 높은 편으로, 이들 업체의 P2P 대출 평균금리는 10~15% 수준이다.

해외는 서비스가 먼저 시작된 만큼 관련 제도와 규제가 어느정도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예컨대 미국은 P2P 대출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자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존 입장을 바꿔 이를 제도화된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P2P 대출 관련 법안을 도입했다. 법안은 채무자의 채무 불이행에 대한 부담은 기본적으로 채권자가 지지만 채무자가 제공한 신용등급, 자금용처 등 투자와 관련된 정보 제공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P2P 대출 중개업체가 연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런 조치가 P2P 대출 시장 성장을 막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서 미국 P2P 대출 시장은 오히려 확대됐다.

주요 해외 P2P 대출 업체 현황 & P2P 대출 이용고객 신용도 분포 <출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SEC는 P2P 대출 중개업체들이 투자자를 대신해 대출금을 회수하고 대출 상환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대출금을 채권 형태로 유동화시키는 것을 허용했다. P2P 대출 중개업체를 통해 이중 채무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대출 비즈니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2014년 12월 미국 최대 P2P 대출중개회사인 렌딩클럽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는 P2P 대출중개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당시 렌딩클럽은 주당 15달러에 NYSE에 상장했다. 렌딩클럽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8억7천만 달러에 이른다.

P2P 대출업체 대출신청인의 신용도에 문제는 없을까. 뜻밖에도 우량고객 비중도 높다. P2P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 신용도 분포를 보면 일부 업체는 우량 등급 고객 비중이 전체의 4분의3에 육박한다. 은행 고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렌딩클럽은 상위 등급인 A,B,C등급 고객 비중이 75%를 차지한다.

각종 금융 규제, 국내 P2P 대출업체에 남은 숙제

어느정도 규제가 자리잡은 해외와 달리, 국내 P2P 대출업체가 갈 길은 아직 험난하다. IT와 금융사업이 결합된 새로운 대출 서비스인 탓에 어떻게 이 사업을 규제할 것인지와 관련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014년 4월28일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13년 6월 발의된 지 1년 10개월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크라우드펀딩법안은 기존 금융회사가 아닌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가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주요 금융회사로부터 투자받기 어려운 신생기업이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이용할 수 있게 돕기 위한 목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졌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개인당 1개 기업에 연 200만원, 연간 총 500만원까지만 P2P 대출업체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 본인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임을 증명하면 1개 기업에 연 1천만원, 1년에 총 2천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투자자들이 피해 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발행된 주식이나 채권은 1년 간 처분할 수 없도록 유가증권에 대한 권리를 일부 제한했다. P2P 대출업이 국내에서 안전한 금융업으로 인정받은 건 아니란 얘기다.

여기에 더해 2015년 7월25일부터 시행되는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남았다. 이 법은 ▲대부업체 총자산한도를 자기자본의 10배로 제한하고 ▲자산규모 120억원 이상 대부업체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며 ▲자산규모 200억원 이상 대부업체는 이용자 보호기준을 마련하고 보호감시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P2P 대출업계가 우려하는 규제는 총자산한도 설정이다. P2P 대출업체는 현재 관련법이 없는 상태여서 대부업 자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법을 우회해 영업 중이다. 만약 대부업 자기자본 규제가 신설되면 P2P 대출업체는 대출 확대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대부업체에 넣어봐야 10억원밖에 대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업체라고 예외로 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